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야기와의 만남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아마존에서 '킨들 페이퍼화이트'라는 전자책을 구매한 후, 내 손에 쥐어진 첫날 무작위로 구매한 책 중의 하나였다. 아마존의 무료 고전을 둘러보다 프랑켄슈타인을 접했고 원서로 조금 읽어보고는 구글에서 번역본을 구매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그저 차갑고 푸석푸석한 시체를 이어붙인 괴물이 머리에 커다란 나사못을 꽂고 돌아다니는 시시한 호러영화정도로 생각하고있었다. 심지어 프랑켄슈타인을 그 괴물의 이름으로 알고있었다. 그래도 나름 호러장르의 간판 캐릭터인데 이렇게까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는게 놀라운 지점이었다. 이렇듯 내 잘못된 지식과 관념에 반해, 이야기를 풀어갈 수록 흥미를 돋우는 소설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야기는 한 선장의 편지에서 시작된다. 모험심으로 가득차있던 그는 항해를 하며 자신의 여동생에게 편지로 안부를 전했다. 그러던 중 북극 근처에서 개들을 끌고 썰매를 타는 한 거구를 보게된다. 그리고 얼마안가서 똑같이 썰매를 탄 채 개를 끌고있는 한 사람을 발견한 후 그를 배로 거두게된다. 그는 지쳐있었고 곧 생명의 불씨조차 사그라들것 같은 모양새였다. 하지만 선장은 그가 말을 할 때 느껴지는 엄숙한 자태와 고상한 말투에서 이상함을 느낀다. 마침 선장은 인생의 친구를 필요로 하고있었기에 자연스레 대화를 하며 그와 친해질 수 있었고 그가 여지껏 겪어온 기이한 일들을 생생히 듣게된다. 그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었다.
그는 가족과 떨어져 대학에 진학한 후 화학적지식을 통달했고 생명을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도달하게된다. 강박적 광기에 사로잡혀 쉼없이 실험에 몰두한 결과 그는 그의 실험실에서 생명을 창조한다. 허나, 자신이 만든 창조물의 끔찍한 외관에 놀라고 어떠한 조치도 없이 도망쳐 2년이라는 세월을 흘려보낸다. 그런 와중에 창조물은 아무런 준비없이 세상에 나와 갖은 차별과 살해위협을 견뎌가며 고독하게 세상을 배운다. 인적을 피해 숲을 헤메던 중 한 오두막의 가족을 발견해 창고에 숨어 곁눈질로 말과 글을 배웠다. 가난하지만 고상한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하게된 그는 몰래 나무를 베어다 주기도 하며 선행을 베푸는 모습도 보여준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과 교류하고 싶어했고 마침내 그들에게 모습을 보였으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외형에 혐오감을 표현하며 폭력을 휘두르고 도망가버린다. 그는 이루말할 수 없는 상실감과 배신감에 깔려 허우적대다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고 끊임없는 고통을 느끼게한 프랑켄슈타인을 증오하게되고 복수를 다짐한다. 결론적으로 프랑켄슈타인은 모든 가족과 친구를 지난 과오의 제물로 바치게되고 창조물의 제거를 숙원으로 삼아 그를 쫓다가 자신을 구해준 배 위에서 생을 마감하게된다. 창조물은 조물주가 죽은 사실을 알고 자신의 삶 또한 끝내기위해 북쪽 끝으로 몸을 숨긴다.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창조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그는 처음에는 고독했고 시간이 지나 비참해지며 마지막에는 증오감에 절여진다. 더욱 절망적인건 그의 지속적인 구애가 있었음에도 조물주인 프랑켄슈타인은 오로지 배타적인 태도로 대응한 것이다. 내가 조금 신선하게 여긴 부분은 괴물로 여겨지는 창조물이 여느 인간보다 신체적으로 뛰어나고 천성이 선하며 지능이 높다는 것이다. 그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었던 이유는 오직 그의 끔찍한 외모였다.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이 그를 배척한 이유 또한 외모였다.